일방적 개혁정책은 실패 결정과정 이해당사자 참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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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단체와 정책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정책행위자들을 정책 집행 과정에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의 정책 저항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미연에 줄일 수 있다.한국 사회도 다원화된 시민사회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이같은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개혁정책을 추진하다 숱한 정책실패를 겪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의약분업▶동강댐 건설▶교원정년 단축▶중국과의 마늘 수입 협상▶새만금간척지 개발 등이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는 정책에 대한 전문성 부족보다 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정책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변수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운영하는 기존 방식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권위주의적 정치시스템 아래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주된 목표로 삼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 엘리트 중심의 중앙집권적 관료체제와 막후 조정 기능을 가진 대통령비서실, 그리고 경제기획원과 같은 예산기구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책을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국정운영의 환경적 요소는 급격히 변화됐다. 그동안 재야세력에서 정부를 견제하던 세력은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언론도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비판세력에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세력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정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 또한 조직적으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민사회의 변화에 걸맞게 대통령비서실도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싱크탱크에서 비서관들을 충원해 이들이 관료들과 함께 정책을 기획·조정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새로이 정권이 들어설 경우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 정치인과의 친소관계를 떠나 전문성을 가진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 국가 비전과 전략을 함께 수립하도록 하는 '정책자원 최대 동원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금처럼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이래서는 대통령이 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성도 희박해지기 십상이다. 대통령 스스로 협의와 토론 등을 통해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설득자'가 돼야 한다. 기업이 제품판매를 위해 광고와 마케팅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은 중요한 정책 이슈에 대해서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정책 세일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은 베일에 싸여 있는 정책결정자가 아니라 문제를 직접 껴안고 힘들게 풀어가는 존재임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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