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2信]후세인은 최고인기 소설가·모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라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다름 아닌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다.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를 흠모하는 시인이자 현대미술 애호가라고도 알려진 그는 벌써 세 권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써냈다.

지난해 나온 첫 작품 『왕과 자비바』는 후세인을 닮은 영웅적인 왕이 이라크 국민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시골 처녀 자비바에게 반한 뒤 사악한 적대자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적대자가 미국을 상징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작품 『요새』와 최근 나온 『인간과 도시』 역시 데뷔작처럼 상징 조작성이 강한 소설이지만 이라크인들의 민족주의와 반미 감정을 교묘히 자극, 국민의 정서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 사둔가의 서점 주인 아미르 살만(49)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왕과 자비바』를 찾는 사람이 다시 늘어나 하루 한두 권씩은 꾸준히 팔린다"고 말했다. 『왕과 자비바』를 연극 무대에 올린 연출가 사미 압델 하미드는 "이 소설들은 모두 익명으로 출판됐지만 그것이 후세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의 최고 인기 모델이기도 하다. 바그다드 시대의 상점치고 후세인을 모델로 한 광고판을 내걸지 않은 곳은 아예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 가게 유리창엔 스위스제 롤렉스 손목시계를 찬 후세인의 모습이, 카메라 전문점에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후세인의 초상이 어김없이 붙어 있다.

바그다드 시내의 한 간판제작소 종업원 라할(27)은 "정부 홍보물에 실린 후세인의 사진 중에서 자기 일과 관계 있는 것을 가져와 확대 간판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과 간판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이 후세인을 보거나 생각하지 않고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곳이 바그다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