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체 햄릿' 진면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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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여성 연출가 김아라의 무천 캠프(구 극단 무천)가 30일까지 정동극장에서 '햄릿 프로젝트 2002'를 공연한다.

김씨는 비극적 영웅으로 여겨지던 햄릿을 우유부단한 성격적인 결함과 강박관념 때문에 몰락하는 인물로 재해석했다. 이번 공연에서 햄릿은 모든 등장인물에게서 비웃음과 조롱을 당하는 존재다. 김씨는 미술의 콜라주 기법으로 구성한 '시청각 퍼포먼스'이자 특유의 '복합장르 음악극'으로 이 작품을 규정했다.

원작의 줄거리를 뜯어내 주요 장면과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면을 콜라주처럼 다시 이어 붙이고, 대사보다 배우들의 신체동작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강렬한 테크노 음악이 배경음악의 주조를 이룬다. 김씨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이야기는 사라졌다. 우리의 몽환적이고 나약한 시인 햄릿도 사라졌다. 관능적이며 주술적 마술의 무대, 광란의 실체 속으로 텀벙 들어가 다중인격체 햄릿의 널뛰는 서커스를 만나보자"며 관객을 유혹한다.

연극원 김윤철 교수의 번역본을 토대로 연출자 김씨가 각색했다.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형태가 음악을, 연세대 영상대학원 김형수 교수가 영상을 맡았다. 박상종·박용·이유정·최경원·김충호·유학승·남명렬 등이 출연한다. 매일 오후 7시 30분(월요일,16·23일 쉼). 2만∼3만원. 02-751-1500.

정재왈 기자 nicola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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