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5일제 왜 서두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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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논란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곧 최종안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양대노총이 3년 내 모든 사업장에서 전면실시를 주장하며 총파업 의사를 표명했고, 경제5단체도 어제 법안의 수정·보완 없이는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경제5단체는 정부안이 경제계 입장을 반영한 게 아니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숙고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정부가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하며 강행하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로선 지난 2년여간 여러 차례 협의한 결과를 이 시점에 멈추었다간 합의된 사안까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을지 모른다. 노동계와 재계도 정부만 비판하기에 앞서 약속과 번복을 밥 먹듯이 해와 과연 그간의 협의에 성실히 임해왔는지도 자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근로시간 단축도 갈등과 대립은 여전한 채 미봉만 한다 해서 제대로 될 일이 아니다. 미봉책으론 정상적인 시행조차 보장하기 어렵다.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의료개혁도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한 결과 지금은 목표조차 혼미해진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그동안 많은 논의를 했다지만 노사정위에 참여했던 경총이나 한국노총은 대표성에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정작 근로시간 단축의 시험대가 될 산업현장에선 이 문제의 득실을 가늠하는 논란이 이제서야 격렬하게 시작되는 분위기다.

주5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경쟁력의 제고다. 더구나 지금의 경제상황은 미국 등 세계경제 불안에 국내요인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여건 타령만 하다가 언제 중요 정책과제를 추진하겠느냐겠지만 현 상황은 주5일제를 현재안대로 추진하기엔 무리다. 더구나 임기말이다. 새 정부에 부담가는 제도나 정책도입은 서둘지 않는 게 금도(襟度)다. 지금은 근로시간 단축 도입 시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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