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사임 공식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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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미국 금융감독의 사령탑인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사진)이 최근 거센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피트 위원장은 기업회계부정 스캔들이 한창이던 올 여름 관련회사의 인사들과 접촉한 일로 구설에 오르며 낙마설이 새어나오기도 했으나 이번엔 그 정도가 심각하다.

민주당의 상원 원내총무인 톰 대슐 의원과 하원 원내총무인 딕 게파트 의원이 피트 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공식서한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대슐 의원과 게파트 의원은 서신에서 "피트 위원장이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증거가 다수 포착되고 있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현재 증시는 극도의 불신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SEC가 더 강하게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피트 위원장은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적 공세"라며 일축했지만 SEC 위원장의 거취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SEC로서는 적지 않은 흠집이다.

피트 위원장이 이처럼 궁지에 몰린 것은 SEC 내에 새로 설립되는 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위원장 인사 때문이다. SEC는 지난 7월 미 의회를 통과한 기업개혁법인 사반스-옥슬리법에 따라 독립적인 회계감독기구인 PCAOB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원인 피트 위원장은 당초 자신과 친분이 있으며 강한 개혁성향을 지닌 존 빅스 전 교원연금기금(TIAA-크레프 기금)이사장을 위원장으로 밀었다. 그러나 공화당은 빅스의 성향이 너무 급진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빅스의 등용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회계업계 단체 및 기업들은 의회와 공화당을 상대로 반(反)빅스 로비를 벌여 왔다.

피트 위원장이 "PCAOB의 위원장 감으로 여러 사람을 고려중"이라며 한발짝 물러서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발끈했다. 민주당은 피트 위원장에 대해 "기업개혁을 이끌어갈 중책을 맡은 사람이 친기업적이다"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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