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선 붕괴 할말 잊은 전문가들 "연말께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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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종합주가지수가 이틀 만에 51포인트 가량 폭락하자 10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가 하락세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또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주가 전망이 번번이 빗나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증시 전문가들은 급락 와중에도 한두차례 반등다운 반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가 급락세가 멈추지 않자 이날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증시 속에서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투자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등을 전문가 좌담을 통해 알아본다.

질문:그동안 전문가들은 줄곧 투매에 동참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투자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간 단위 또는 월간 단위로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단기 반등이 나오면 즉시 팔아야 한다. 그러나 투자기간을 길게 잡는다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의미있는 반등이 나올 것으로 본다. 따라서 중·장기 투자자라면 지금 투매에 나서서는 안된다.

질문:마지막 버팀목이었던 내수주가 연이틀 급락했는데.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 실장=내수 성장이 종착역에 온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다만 내수 소비가 급성장한 데 따른 일시적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그동안 내수 소비 관련주들이 상대적으로 덜 빠진 데 따라 최근 주가가 급락했다. 또 기관의 로스컷(손절매: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손해본 상태에서 주식을 처분)에 따른 일시적 붕괴로 본다.

질문:그동안 기술주는 내수 소비 관련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다. 이제 어느 정도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보는가.

▶김 실장=기술주 거품은 걷혀가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가에 비해 80% 이상 폭락했다. 또 통신장비·반도체는 재고 조정이 거의 완료됐다. 이르면 내년 2분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신 이사=코스닥의 일부 기술주는 아직도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 거래소 기술주와 비교했을 때 주가가 실적에 비해 50% 이상 고평가된 종목이 많다. 세계적으로 IT 주가는 아직 거품이 덜 걷힌 것으로 본다.

▶박 이사=아직도 일부 IT주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접어든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중으로 재고 조정을 끝낼 것으로 본다. IT 주가가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주식시장 전망은.

▶김 실장=다우존스 지수는 7,100선에서 하락 행진을 끝낼 것으로 본다. 또 나스닥지수는 하락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주가가 반등할 것 같지는 않다. 게걸음을 할 것 같다. 다우지수는 7,100∼8,5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신 이사=유럽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내, 미국 증시는 20배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에 비해 거품이 상당히 걷힌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가는 폭락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가고 있다. 미 증시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 같다. 부도 기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도 기업이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주가는 급반등할 것이다.

▶박 이사=미국은 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가격은 급락했다. 채권과 부동산에 비해 주식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오르지는 못해도 제자리 걸음 정도만 해줘도 국내 증시는 급등할 것이다.

-언제쯤 국내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는가.

▶신 이사=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요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수급에 의한 것이지, 기업 가치가 나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실적에 비해 주가는 무척 싼 편이다.

▶김 실장=내년 3∼4월이 가장 어려운 국면일 것 같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가 또다시 확장국면에 접어들면서 주가도 급반등할 것 같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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