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러든 주택시장 지금이 투자호기 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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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지난해 초 서울 강남 주요지역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현재 가격 기준으로 대개 배 정도의 돈을 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3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는 지금은 6억원으로 올라 시세차익으로 계산한다면 무려 3억원의 이익을 보게 됐다. 물론 수익률이 이보다 못한 경우도 있고 더 높은 아파트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서울 근교 도시의 상승률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의정부의 경우 30평형대를 기준으로 1∼2년 사이 40∼50% 가량 상승해 금액으로 4천만∼5천만원이 뛰었고 성남·안양·구리 등 대표적인 서울 위성도시들도 같은 상황이다.

일부 지방도시의 집값도 상승세를 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요 도시의 아파트를 산 사람은 대부분 돈을 벌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의 아파트값은 32%,서울은 44.6% 상승했으며, 특히 강남 일대 아파트값 상승률은 엄청나 졸지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다 재테크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역이나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춘 사람은 오히려 큰 손해를 봤으며 최근 주택경기가 주춤하면서 그런 사례는 더 많아지고 있다.

직장인 P씨는 인천공항에 건축 중인 아파트 분양권 두 개를 샀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공항이 본격 가동되면 공항근무자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나 집값이 뛸 것이라는 한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의 조언을 믿고 2천만원씩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했다가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 영향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4천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동산 투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잔뜩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다. 팔려는 사람도 별로 없고 구입자도 거의 찾을 수 없다.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다.사정이 급한 급매물은 더러 있지만 흥정이 잘 안된다. 품귀현상까지 빚었던 전셋집도 남아돈다.

여러 경제분석기관에서는 미국·일본 등의 경제불안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한국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부동산값이 너무 올라 거품이 심하고 부동산담보대출 비율도 의외로 높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가계 신용대출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고 국가경제의 여건도 낙관할 입장이 못된다고 지적한다.

그렇더라도 집값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 또한 적지 않다.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들이 끊임없이 부동산으로 흘러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강남 등 일부 특수지역의 수요는 마르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팔아야 할지,아니면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어렵겠지만 부동산 투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바심으로 못 견디겠다면 투자여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말을 한번 갈아타는 것은 어떨까.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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