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보조 음향 반사판' 콘서트 음질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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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뉴욕필하모닉의 상주 무대인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열리는 링컨센터 주최'명연주자 시리즈'는 마치 병풍처럼 생긴 보조 음향 반사판을 사용한다. 지난 3월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백건우 독주회에서도 선보였던 무대 장치다.

음향 반사판은 세종문화회관·호암아트홀 등 다목적홀에서 오케스트라·실내악 공연을 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무대 쪽의 소리를 객석으로 내보내는 역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무대 위의 연주자들이 자기 소리는 물론 상대방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모니터'역할이다.

지난달 21일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남북 교향악 합동연주회가 남북 동시 생중계 방송이라는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빛이 바랬던 것도 이 음향 반사판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으로 볼륨을 크게 높이다보니 거친 소리가 그대로 마이크에 담겨 안방으로 전달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림'을 위해 설치한 무대 세트도 뻥 뚤린 무대 천장 위로 새는 소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에이버리 피셔홀의 경우 붙박이로 갖추고 있는 음향반사 장치도 모자라 보조 음향 반사판을 사용하는 것은 심포니 전용홀로 만들어진 대규모 공연장에서 열리는 독주회이기 때문이다. 교향악 연주회 때와는 달리 독주회를 하기엔 무대가 너무 넓다는 얘기다.

오는 27일 런던 바비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30)가 2∼3층 발코니석을 폐쇄하고 1층 객석만 개방한 것도 보조 음향 반사판을 사용하는 것 못지 않게'감상의 질'을 우선한 배려다. 미도리 정도면 전석 매진은 불을 보듯 뻔한데도 말이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독주회를 하면서도 모든 자리에서'질좋은 감상'을 보장할 수는 없을까. 오는 27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42·성신여대 교수)씨가 2∼3층 객석을 폐쇄하고 1층만 개방하면서 무대에 보조 음향 반사판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이다. 1층 객석도 뒷부분 발코니 아래의 자리는 표를 팔지 않는다. 그래서 2천6백석 중 1천61석만 개방한다. 평소 다른 공연의 경우 S석에 해당하는 자리가 B석으로 팔리는 셈이다.

레퍼토리도 '로망스'를 주제로 꾸몄다. 피아니스트 강충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올라 비올라 사운드(지휘 강창우)와 함께 클라라 슈만·에이미 비치·드보르자크·사라사테의 로망스에 이어 후반부에선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사랑은 비를 타고''오페라의 유령'등 영화·뮤지컬의 사랑의 테마를 색다른 편곡으로 들려준다. 대극장에서의 독주회도 고객 감동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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