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性의식 표현엔 그림 그리기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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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우리나라 부부들은 성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피하죠. 결국 남편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여성들은 남편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이용해 부부의 성 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정혜숙 (48·이윤수 비뇨기과 부설 성의학연구소·사진) 미술치료사. 그녀는 미술이 잠재돼 있는 부부의 성의식을 드러내는 좋은 도구라고 강조한다.

10여년 전 국내에 들어온 미술치료는 지금까지 언어표현이 미숙한 아동을 대상으로 했다. 성인의 성 트러블에 그림을 이용한 것은 정씨가 처음. 정씨는 미대를 나온 뒤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서 미술 재활치료를 전공했다.

"성 치료는 무의식에 깔려 있는 억압되고 왜곡된 심리,그리고 부부가 축적해온 성적 갈등을 풀어주어야 합니다.미술치료는 자기 표현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부부의 원만한 성생활을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녀는 주로 콜라주 기법을 쓴다.잡지나 인쇄물에서 그림을 자유롭게 오려 붙이게 하는 것. 그림 그리는 소질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장점이 있다. 치료는 주 한두시간씩 12∼20회 정도 진행된다. 자기 표현을 통한 무의식 표출 단계에서 시작해 자신에 대한 이해,의사 소통, 배우자 이해, 성행위시 기대감에 대한 대화 순으로 넘어간다. 4∼5회 정도면 자아발견과 성 트러블의 원인이 파악되고, 상담이 끝날 무렵이면 부부관계가 개선돼 뜯어붙이는 그림도 바뀐다는 것. 예컨대 처음에는 남편이 미워 토막난 생선 그림을 오려붙인 부인이 치료가 끝날 때는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택한다.

"성과 관련된 부부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부터 시작하세요."정씨의 주문이다.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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