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구조조정 가로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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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필요 이상으로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기업·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의지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일본식 장기 불황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있는 등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과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저금리와 구조조정'이라는 보고서에서 낮은 금리로 인해 줄어든 부채 부담이 영업외 이익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경영 개선 노력이 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기관들 역시 부실채권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임으로써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 노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필요 이상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버블)화와 실물 경제의 과열을 가져올 수 있으며 노년층이 많은 경제에선 이자 수입이 줄어들어 소비를 위축시키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90년대 들어 금리를 떨어뜨려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최희갑 연구원은 "물가 불안이 가시화한 뒤에 뒤늦게 금리 조절에 나설 경우 자칫 부동산 거품의 급격한 붕괴로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실물경제의 장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기간에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이자 수입이 줄어드는 퇴직자와 노령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은 고금리로 들여온 채무를 갚은 뒤 낮은 금리로 다시 빌려 평균 금융 조달 비용을 줄이고, 저금리로 인해 기존 사업이나 신규 프로젝트가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과거 고성장 시대에 정당화됐던 기존 사업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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