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TV강의서 육두문자 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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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방송 도중 남녀의 성기를 일컫는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도올은 지난 8월 29일부터 EBS에서 불교철학 강의 '도올, 인도를 만나다'(목·금요일 밤 10시)를 진행해왔는데, 지난 4일자 방송에서 선승(禪僧)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골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이날 강의는 평생을 옷 한벌로 지낸 고승 춘성 스님(1891∼1977)의 무소유 철학을 강의하는 자리였다. 춘성은 불경 '화엄경'을 거꾸로 외웠을 정도로 불교 교리에 해박한 스님이었는데, 걸쭉한 입담으로도 유명한 걸승. 도올은 춘성 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었다.

"파출소에 잡혀 온 춘성 스님에게 경찰이 물었다. '당신 주소가 뭐요?' 그러자 춘성은 '우리 엄마 YY다'라고 대답했다. 경찰이 또 물었다. '본적은 어디요?' '우리 아버지 X대가리다'."

도올은 이어 춘성이 이같은 육두문자를 쓰게 된 배경을 그의 철학으로 풀어 설명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자 인터넷 게시판에선 네티즌들 사이에 큰 논란이 벌어졌다. 7일 현재 1천여건 가까운 글이 방송사 홈페이지를 메우고 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육두문자가 여과되지 않고 방송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도올 선생의 설명을 들으니 육두문자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EBS는 논란이 확산되자 당일 방송분에 대한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를 중단했다.

'도올…'의 제작진은 이번 사태와 관련, "도올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낼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으나, 선불교에서 강조되는 깨달음의 경지를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잘라내지 않고 방송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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