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폭발물, 레이저로 원격 폭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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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반군 또는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급조폭발물(IED)을 레이저로 원격 폭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방과학연구소(소장 박창규) 신완순 박사가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과연(ADD) 창설 40주년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레이저에 의한 원거리 화약점화’ 논문에서다.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40주년 기념 종합학술대회가 2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참석자들에게 잠수함을 잡는 대잠어뢰 ‘홍상어’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 박사에 따르면 레이저를 125m 밖에서 급조폭발물에 10초 동안 쪼이면 폭발물이 폭파된다는 것이다. 그는 좀 더 강력한 레이저를 사용하면 1㎞ 밖에서 두께 1.5㎜의 금속 케이스에 든 화약도 10초 내에 점화시켜 폭파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IED는 아프간에서 미군 사상자를 가장 많이 내는 테러범들의 무기다. 신 박사는 “이 결과는 일부 실험과 이론을 근거로 내놓은 것으로 앞으로 실용화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흘간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지상무기, 해양무기, 항공우주무기, 유도무기, 통신전자, 감시정찰정보, 신특수에너지, 시험평가 등 8개 분야에서 모두 726건의 논문이 발표된다.

본지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에서도 최첨단 무기 레일건(Rail-Gun)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ADD 김성호 책임연구원의 ‘레일건 설계 및 실험을 위한 전자기 특성 해석’ 논문을 통해서다.

레일건은 철도 레일처럼 두 개의 긴 금속에 전기를 흘리면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현상을 이용해 포탄을 발사하는 최첨단 무기다. 아직 본격적으로 실용화되지 않고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효과적인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연구소 이병하 책임연구원은 ‘레일건용 펄스전원 설계연구’에서 포탄이 1초에 2.5㎞(마하 7.5)의 속도로 날아가기 위한 레일건의 설계 조건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해 이 분야의 기초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전=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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