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내복·별표채점 재치 넘쳐나는 이문세의 試音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콘크리트벽이 벌거숭이 그대로인 공사 중의 건물로 들어선 순간, 줄에 걸린 추억의 빨간 내복 두 벌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영화 포스터와 LP들은 1970년대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한편에 들어서 있는 포장마차에선 공짜 떡볶이·순대 등이 군침을 돋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 꼬치 하나를 입으로 넣다가 기자와 눈을 마주치자 멋쩍게 웃는 그 사람, 이날의 주인공 이문세였다. 행사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있던 참이었다.

지난 1일 오후 7시 대학로의 소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이문세의 '시음회(試音會)' 풍경은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이문세 홈페이지와 공연기획사인 '좋은 콘서트'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추첨으로 초대된 팬들과 기자들에게 14집 앨범 '빨간 내복'의 신곡들을 맛보이는 자리였다.

<본지 9월 28일자 s7면>

'시음회'라는 의미를 더욱 느끼게 한 것은 노래 채점장. 이날 들려줄 각 노래의 가사 밑으로 함께 나눠준 빨간 색년필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별표까지 그려져 있었다. CD음원 위주로 라이브를 섞어가며, 이문세 자신의 입담 좋은 설명이 곁들여진 두시간. 관객이 떠난 자리엔 기자들과 이문세가 좀더 가까이 앉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가요계 홍보비 비리 사건을 정리하며 본지에 연재 중인 '대중음악 희망찾기'(2일 18면, 4일 21면) 시리즈에선 기획사나 가수들에게 인식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잘못된 홍보관행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시음회'란 이름으로 열린 이날의 쇼케이스는 그런 '희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