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전원 11~14세 "꼬마탁구팀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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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에 와서 너무 좋아요. 바나나·빵 등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시내 구경 하는 것도 재밌어요."

부산 아시안게임에 몽골 탁구대표 선수로 출전한 트루볼트 저그리트(11)군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장난기 넘치는 생김새가 한국 어린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그리트는 남자 4명, 여자 2명으로 구성된 몽골 탁구선수단의 최연소 선수다. 선수 겸 코치로 뛰는 갈바다라흐(32)와는 스물한살이나 차가 난다.

저그리트가 성인 선수와 대결을 벌일 때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북한 오일과의 남자단체전 경기에선 3세트 통틀어 8점밖에 뽑지 못했다. 그러나 관중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저그리트는 한국인 감독 강영순(45·여)씨의 인솔하에 한국에 왔다.

장애인 대표선수를 지낸 뒤 1991년 몽골에 건너가 탁구대표팀을 맡은 강감독은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어린 선수들을 대표선수로 뽑도록 몽골 체육계에 강력히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몽골 선수단은 플레잉 코치를 제외하곤 전원이 11∼14세의 선수로 구성됐다.

기량과 경험이 부족해 남녀 단체전에서 모두 예선 탈락했지만 언젠가는 국제대회에서 반드시 입상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몽골선수단은 대회 출전비가 모자라 감독과 선수들이 경비를 갹출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한겨울에도 석탄과 장작을 때면서 훈련한다고 강감독은 전했다.

전용버스가 없어 추운 겨울에도 큰 가방을 짊어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라켓이나 탁구대 등 장비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몽골의 탁구 열기는 대단해요. 선수들의 자세도 진지하고요. 이 아이들이 당장 세계적 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 질 거라고 믿어요."

선수단 버스를 구입하기 위해 모은 4천5백달러를 출전경비로 모두 써버렸다는 강감독은 "여유가 생긴다면 어린 선수들을 한국에 유학보내 선진 기술을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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