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지 마, 느낌이 좋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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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요즘 휴대전화 서비스 광고를 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TTL' TV 광고(사진)에는 모델이 마이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방에서 그녀의 아버지 세대에 유행했던 '쨍하고 해뜰 날'을 목청 터지게 부르며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타잔처럼 마이크 선에 매달리기도 하며 바닥을 뒹굴기도 한다. 그 광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아마 "저게 뭐지?"라는 의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에 대해 논리정연한 설명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緣木求魚) 격이다. 그저 보고 느끼라는 이야기다. 많은 경우 감성은 이성에 앞선다. 소비자들에게 우선 좋은 느낌을 얻어내야 구매를 유발할 수 있다.

TV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안다. 그래서 15초·20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서비스 시장은 주로 이용자의 나이나 성별로 세분화돼 있다. 계층에 따라 여러가지 서비스의 이용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령층에 따라 '3342세대(33∼42세)'니 '4355세대(43∼55세)'니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1318(13∼18세)세대를 겨냥한 KTF의 서비스 브랜드는 그 숫자 모양을 영문으로 읽고 여기에 'i'를 더하여 '비기(Bigi)'라고 지었다. 그 다음 1823(18∼23세)세대를 목표로 한 서비스가 '스무살의 TTL',"세상을 다 가져라"고 하는 '나(Na)', 그리고 'Why be normal? 카이(Khai)' 등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광고는 주로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함과 야망이 배어 있다. 이 광고들은 그들이 목표로 하는 젊은 감성의 과녁에 정확히 화살을 명중시키고자 하기 때문에 그 과녁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에서 이러한 젊은 층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휴대전화 번호는 한번 결정하면 자주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처음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들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휴대전화 보급률이 60%를 넘어섰고,초기 가입자의 연령층은 자꾸 낮아지고 있다.

젊은 층 가입자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이기에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브랜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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