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新도시 계획 이달 확정"-취임 석달 만에 첫 인터뷰 이명박 서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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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강북 개발이 현안으로 등장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강남 개발은 강북의 희생으로 가능했습니다. 강북이 희생한 만큼 이제 적극 지원해야지요.그러나 강남은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강북은 일반 주택과 구릉지가 많고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 국유지와 임야가 섞여 있어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굳이 서울을 또 개발해야 하는 겁니까.

"서울 인구는 1천만명에서 제자리 걸음이지만 주변 경기도까지 포함하면 2백만명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분당이나 일산 주민들도 '서울에 산다'고 했다가 '서울 어디에 사느냐'고 하면 '분당·일산에 산다'고 하지요. 그만큼 서울시의 도시 관리 비용이 비싸졌어요. 그러나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짓고 지하철과 도로를 늘리는 것보다 그 비용으로 강북을 개발하면 훨씬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니 신도시 형태로 개발하는지요.

"현재의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으로는 경제성이 없습니다. 보다 크게 넓혀야 합니다. 개발지역내 시유지도 50년정도 무상 임대해주고 도로·학교·주차장 등 기반시설도 시가 직접 만들어 지원하는 쪽으로 특별조례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런 구상이 미니 신도시나 도시 속 미니타운으로 보도됐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10월 중순께 실무진이 검토한 뒤 발표할 예정입니다."

-요즘 서울 마구잡이 개발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난개발은 과거 서울시가 지하철 재원 마련이나 세수 확대를 위해 시유지를 상업용지로 바꿔 매각한 책임도 있습니다. 땅장사를 한 셈이죠. 정부가 나대지에 세금을 매긴 것도 '차라리 빌딩을 올리자'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저는 재임기간 시유지 매각을 최대한 억제하겠습니다. 남은 시유지는 보존해 다음 세대가 적절한 용도로 개발하도록 맡겨야지요."

-불도저 시장이 당선됐다고 우려가 많았는데요.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구 밀어붙이고, 자기 사람을 심는 게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안정감을 불어넣기 위해 능력에 따른 인사원칙을 세우고 인사 담당자에게 모두 맡겼습니다. 인사 청탁을 배제하기 위해 외부 청탁이 들어온 공무원들은 기록해 두라고 지시했습니다."

-거꾸로 李시장이 특유의 컬러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곧 조직이 개편됩니다. 공무원 특유의 안정적인 조직에서 생산적 조직으로 바꿉니다. 공무원 사이에 경영 마인드가 서서히 도입되면서 일부 포스트에는 공무원 스스로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1년 후에는 제2단계 조직개편에 착수할 생각입니다."

-한나라당 출신 시장이라서 대선 때 혹시 시정(市政)이 왜곡되지 않을까요.

"시장 선거가 끝난 뒤 선거법에 따라 지지자들에게 감사편지도 쓰지 않았습니다. 행정과 정치적 행위가 섞여버리면 곤란한다는 판단입니다.'한나라당 출신 시장에게 맡기니 일을 훨씬 잘 하더라'는 평가를 받으면 그것이 곧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핵심 공약인 청계천 복원은 제대로 됩니까.

"내년 하반기에 착공합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시장 원리에 따라 민간 주도로 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토지주와 상인들이 협의해 청계천에 외국인 금융특구 지정을 요청하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오는 31일 해외 거물 투자단을 만나는데 '어떤 조건이라면 상하이(上海)나 홍콩 대신 서울에 아시아 본사를 설립하겠느냐'고 제의할 계획입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당근도 필요할텐데요.

"비싼 인건비가 투자 유치의 걸림돌입니다. 아직 개인적 구상이지만 국내 청년 실업자에게 인터넷 교육을 시켜 외국기업이 이들을 고용할 경우 인건비의 일부분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면 청년실업과 외자 유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청계천 등 현장 점검이 잦습니다.

"실무과장들과 현장에 나가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많습니다.'현장이 곧 집무실'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바꾸어야 할 것은 빨리 바꾸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를테면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이나 지하철역의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 천연가스(CNG)버스 8천대 도입과 사립보육원 교사에 10만∼15만원 지급도 당초보다 시기를 앞당기도록 했습니다."

-취임 1백일을 맞는 소감은.

"시정(市政) 방향을 잡았습니다.주요 위원회와 추진본부 구성도 끝마쳤습니다. 그동안 앞으로 함께 뛸 공무원의 자세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요즘 시 공무원들이 변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회의 방식이나 보고내용도 많이 달라졌어요."

-공무원들이 바뀌기가 쉽지 않을텐데요.

"보건소의 원무사·간호사들과 식사하면서 '내가 가난했을 때 보건소에 들러 겪었던 서러움이 많았다. 서민들을 직접 대하는 여러분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보건소 직원들이 시장과 밥 먹는 것은 처음이라 하더군요. 직접 만나고 설득하면 공무원도 바뀝니다. 그동안 시설관리공단을 포함해 대민업무가 많은 공무원들을 집중적으로 만났습니다. 시설과 예산은 책임지고 뒷받침하겠으니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몽준(鄭夢準)의원의 대선 출마는 어떻습니까.

"현대건설 대표 때 鄭후보는 상무로 일했어요. 현대건설에 있으면서 몽(夢)씨 형제들과 대부분 함께 일을 해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식사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함께 일하던 저를 어려워했어요. 지금 鄭후보의 형제들도 정치적 관계를 끊고 있는데 공직자 입장에서 오해를 살 일은 없을 겁니다."

-취임 초 히딩크 감독과 가족 사진 촬영이 문제가 됐는데요.

"CEO 때 잦은 해외출장과 외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몸에 익은 저의 체질과 공직자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엄격한 잣대 사이에 거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철호·심재우 기자

newsty@joongang.co.kr

오랫동안 참아온 탓인지 지난달 27일 인터뷰에 응한 이명박(李明博·사진)서울시장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시장 취임 이튿날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가족 사진 촬영 등 잇따른 단 돌출 행동으로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던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오는 8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 李시장과의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李시장은 참모들이 준비한 예상 답변서를 밀쳐놓고 "내가 직접 답변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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