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성관계 횟수, '자신만의 표준' 마련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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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한의사

아직 신혼인 회사원 S씨(31)는 말 그대로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남들은 눈만 마주쳐도 곧바로 침실행이라는 시기인데, 결혼하고 3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내는 성관계에 소극적이다. 처음이라 적응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 했는데, 지금 보면 성욕 자체가 약한 체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한 번 관계를 가져도 피로를 호소하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무가내로 요구하기도 어렵고, 그래도 신혼인데 일주일에 한 번 가질까 말까라니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편 프리랜서인 J씨(27)는 S씨와 정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활동을 시작하며 좋아하던 여성과 동거를 시작한 J씨는 처음에는 모든 게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는 거의 매일 성관계를 갖기를 원했고, 휴일에는 두세 번을 요구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런 생활이 반 년 가까이 지속되다보니 이제 J씨는 간혹 발기유지가 잘 안 되는 곤란한 경험을 하고 있으며, 그 이전에 성욕 자체가 뚝 떨어졌다고 한다. 여자 친구에게 질렸다기보다는 성관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되는 것이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성관계 횟수이다. 혹시나 남들보다 적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지금 연령대 평균에 비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많으면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적으면 성기능이 약해진 게 아닌가 걱정하는 등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10대에는 하루에 한 번, 20대에는 이틀에 한 번, 30대에는 사흘에 한 번 하는 식으로 근거 없는 평균치에 비교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가끔씩 소개되는 국가별 성관계 회수까지 따져보면 지금 자신이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기능이란 것은 개개인의 편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회수나 지속시간 등에 관하여 평균을 논하는 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20대 초반에도 일주일에 두어 번 관계 가지는 게 버거운 남성이 있는가 하면, 30대 후반에 들어서도 거의 매일 관계를 가져야 몸이 좀 풀린 것 같다는 남성도 있다. 양쪽 끝에 있는 너무 극단적인 예시를 든 게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임상적으로 성기능 관련 문제를 접하다 보면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뿐더러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상관없이 자신의 그릇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감을 잡는 것이다. 도중에 큰 병을 앓는 등 건강상태에 커다란 변화가 있지 않는 한 20대, 30대, 40대로 나이가 들어가며 성욕과 성관계 횟수는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예를 들어 20대에 일주일에 네 번 정도가 무리가 없었다면, 30대에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관계를 가지는 것이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20대에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관계를 가졌을 때 피로가 누적되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면, 30대에는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만의 표준’에서 크게 벗어났을 때 발생한다. 횟수가 너무 적을 경우 삶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역시 더 큰 문제는 성관계 빈도가 과도할 때 발생하기 쉽다. 자신의 표준에 비해 무리하게 성관계를 시도하는 경우 성욕감퇴, 발기부전, 조루 등의 성기능 문제와 함께 소변을 자주보고 시원치 않는 등 소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이런 증상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찾아온다. 첫째로 신허간로(腎虛肝勞)이다. 이는 생식기를 담당하는 구조가 전반적으로 피로해져서 기능이 침체되는 경우이다. 윤활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자동차가 내달려서 엔진이 퍼진 격이다.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초기에 치료하면 어렵지 않게 회복이 가능하다.

둘째로 임병(淋病), 즉 전립선염을 들 수 있다. 남성의 생식에 관여하는 중요 장기인 전립선이 과열되어 고장이 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발기가 정점에 달해 사정을 할 때 정구에 사정액이 모이면서 상당히 팽창한 전립선은 높아진 내압을 감당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 사정 후 압력이 해소된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전립선은 다시 팽창해도 큰 부담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무리하게 사정과 발기가 반복하는 경우 급격한 압력 변화로 인한 조직의 긴장이 한계를 넘어서게 되고, 결국 부종과 울혈이 발생하여 전립선의 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도한 성행위로 인한 전립선염은 노림(勞淋)으로 분류하며, 증상의 심도와 회복 단계에 따라 보법(補法)과 사법(瀉法)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하여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관계의 횟수는 오직 자신만의 기준에 따르면 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비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성능력 임계치보다 한참을 넘어서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더 늦기 전에 교정과 회복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의사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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