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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강국, 국가 R&D시스템 혁신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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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나 지식재산 강국을 위한 우리의 갈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세계 4위의 특허출원 대국으로 정량적인 측면에서는 지식재산 강국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원천·핵심 특허의 창출 실패로 기술무역수지는 매년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천·핵심 특허 창출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국가 연구개발(R&D)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2010년 기준으로 13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나, 이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지식재산전문위원회를 신설했다. 지식재산전문위는 국가R&D와 관련된 지식재산 정책 및 제도를 혁신해 근본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올바른 국가 R&D시스템 혁신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 확보를 중심으로 국가 R&D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기획단계부터 특허 동향조사를 실시해 결과가 반영되도록 하며, 연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추진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창출된 우수한 지식재산이 사장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이전, 후속 R&D사업,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사업 등 다양한 성과 활용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둘째, 양질의 지식재산이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학과 출연연(出捐硏)을 중심으로 기술이전을 전담하는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가 운영되고 있으나, 지식재산 창출을 위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변호사·변리사 등 전문인력의 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산학협력 R&D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산학협력 R&D는 전체 국가 R&D의 30%를, 대학 전체 R&D의 20% 이상을 각각 차지한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따른 지식재산의 소유권 분쟁은 활발한 산학협력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소유권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

국가 R&D의 질적 수준을 실질적으로 제고하려면 무엇보다도 발명자를 우대하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국가 R&D는 논문에 초점이 맞춰져 운영되는 바람에 과학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의 양적 증가라는 성과를 낳았지만, 국가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원천·핵심 특허의 창출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국가 R&D시스템을 개편해 연구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현재 대학과 출연연을 중심으로 설립되고 있는 기술지주회사를 활성화해 연구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재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재산전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