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안한 건보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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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주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업의사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의 검진 의료기관에 보낸 '경고성' 공문을 받았다. 요지는 자궁암 검사 때 무자격자가 검진한 것이 적발되면 보건복지부의 조사를 받거나 검찰에 고발 조치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공문에서도 밝혔듯이 얼마전 모 방송이 보도한 '의사 아닌 간호사가 자궁암 검진을 한다'는 지적에 대한 조치다. 하지만 이 조치는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 병원 역시 검진기관으로 지정받은 동네병원이다. 남자 의사인 내가 자궁암 검사를 권유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안하겠다"고 한다. 당장 아파서 병원 간 것도 아닌데 남자 의사한데 검사받기를 쑥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궁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율이 거의 1백%에 달한다. 공단측의 요구대로 반드시 의사가 직접 검진할 경우 자궁암의 조기 발견율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공단측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관련 학회나 환자측 입장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또 임상병리사나 간호사를 '무자격자'로 취급하지만 이들도 의료관계 면허증 소지자다. 필요하다면 이들에 대해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 이번 조치는 언론보도에 따른 대책을 내놔야 된다는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치형·제주 세화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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