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비전 경쟁 펼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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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사 창간 37돌 기념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무소속 정몽준·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시대 정신과 민심 여망을 자신들의 리더십 브랜드로 경쟁적으로 내세우려 했다. 후보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 검찰 중립화, 민생, 교육의 질 향상 등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집권 의지를 과시했다.

반면 대북정책,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관(觀), 고교 평준화 등을 놓고 이념 성향과 정책 노선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그동안 상대방 흠집내기의 네거티브 전략에 익숙했던 유권자들에게 후보 선택의 짜임새 있는 판단 기준과 변별력(辨別力)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인터뷰는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각 후보들에겐 정책과 비전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제왕적 권력을 깨기 위해 "청와대에서 집무하지 않겠다"는 게 李후보의 공약이다. 그러나 새로운 집무실 설치에 따를 예산과 경호 수요 증가, 효용성과 관련한 논란를 해소해야 한다. 盧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 채용 때 일정비율 이상은 지방 출신을 쓰겠다"는 인재 지역 할당제다. 그러나 역(逆)차별 논란, 거꾸로 지역 감정이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거해야 한다.

鄭후보는 "세상이 바뀌었는데 현대에 특혜를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주식의 명의신탁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여론 비판이 커지는 만큼 권력과 부(富)의 밀착 논란을 풀어야 한다.'단계적인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이 權후보의 공약이다. 그러나 세제 개편, 재원 확보 등 실천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이번 인터뷰는 대선 레이스를 정책과 자질·비전의 경쟁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각 후보들은 반(反)DJ, 반창(反昌), 반창·비노(反昌·非盧)의 반사적 이익 찾기 전략을 버려야 한다. 남의 좋은 정책을 베껴서도 안된다. 비교우위의 경쟁력 있는 정책,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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