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창간 37돌 기념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무소속 정몽준·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시대 정신과 민심 여망을 자신들의 리더십 브랜드로 경쟁적으로 내세우려 했다. 후보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 검찰 중립화, 민생, 교육의 질 향상 등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집권 의지를 과시했다.
반면 대북정책,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관(觀), 고교 평준화 등을 놓고 이념 성향과 정책 노선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그동안 상대방 흠집내기의 네거티브 전략에 익숙했던 유권자들에게 후보 선택의 짜임새 있는 판단 기준과 변별력(辨別力)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인터뷰는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각 후보들에겐 정책과 비전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제왕적 권력을 깨기 위해 "청와대에서 집무하지 않겠다"는 게 李후보의 공약이다. 그러나 새로운 집무실 설치에 따를 예산과 경호 수요 증가, 효용성과 관련한 논란를 해소해야 한다. 盧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 채용 때 일정비율 이상은 지방 출신을 쓰겠다"는 인재 지역 할당제다. 그러나 역(逆)차별 논란, 거꾸로 지역 감정이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거해야 한다.
鄭후보는 "세상이 바뀌었는데 현대에 특혜를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주식의 명의신탁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여론 비판이 커지는 만큼 권력과 부(富)의 밀착 논란을 풀어야 한다.'단계적인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이 權후보의 공약이다. 그러나 세제 개편, 재원 확보 등 실천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이번 인터뷰는 대선 레이스를 정책과 자질·비전의 경쟁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각 후보들은 반(反)DJ, 반창(反昌), 반창·비노(反昌·非盧)의 반사적 이익 찾기 전략을 버려야 한다. 남의 좋은 정책을 베껴서도 안된다. 비교우위의 경쟁력 있는 정책,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