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진품명품', 1880년대 사진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KBS-1 'TV쇼 진품명품'이 1880년대의 '수표교' 사진을 입수해 16일 방송에서 공개한다. 1420년 세워진 수표교는 과거 광통교와 함께 청계천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였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은 진품명품 근대 유물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준 감정위원이 미국 시카고의 한국학 관련 연구소에서 입수한 것이다. 당시 청계천 다리의 모습을 명확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이 선명하다(사진). 수표교뿐 아니라 1927년 홍수로 붕괴됐던 장통교의 원래 모습도 담고 있다. 청계천 복원 망치소리가 한창인 가운데 이곳의 '원형'을 일러주는 귀중한 사료다.

역사적으로 수표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유명하다. 우선 청계천의 물과 하천바닥의 높이를 표시하는 수표석이 옆에 서 있었다는 점이다. 수표석은 세종 때인 1441년 처음 세워졌다. 또 하나, 이곳은 임금이 지나다녔던 다리였다. 수표교 남쪽 훈도방에는 역대 왕의 영정을 모신 영희전이 있어 왕들은 명절 때마다 수표교를 건넜다. 그러나 현재 수표교는 원래 자리를 떠나 장충단 공원에 보관돼 있다. 청계천 복개 공사로 1955년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렇다면 'TV쇼 진품명품'에서 공개되는 사진과 장충단 공원의 수표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핵심은 '난간'에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수표교에는 난간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수표교 사진도 역시 난간이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입수한 사진엔 난간이 없다. 대략 난간이 만들어진 시점을 1894년으로 추정하니 그 이전에 찍은 사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수표교가 원래 있던 자리에 현재 남아 있는 '원형', 즉 난간이 있는 모습으로 복원한다고 확정한 상태. 그러나 제작진은 "원형이란 난간 없는 상태가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복원추진본부 관계자는 10일 "1880년대 이전에 다리에 난간이 없었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라며 "원형이란 어느 시점을 잡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제작을 맡은 최강석 PD는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은 청계천 다리를 찍은 것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추정되며, 무엇보다 사진이 선명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