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큰 거래'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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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음달 초께 재개될 북·미 대화의 최대 쟁점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확산 문제와 미국의 대북(對北) 반대급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새 대북 정책 발표 이래 WMD 문제를 들어 북한을 고강도로 압박해 왔고, 이에 위협을 느낀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 바꿔 말해 체제보장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협상의 각론은 복잡하기 이를데 없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양측 간엔 빅딜이 얼마든지 가능한 식으로 돼 있는 셈이다. 미국이 북한 WMD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공표한 점으로 미뤄 봐도 북한 지도부의 결단만 있으면 북·미 관계는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풀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핵 문제=미국이 북한의 WMD 문제 가운데 발등의 불로 보는 것은 핵 문제다. 미국은 1994년의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적인 핵사찰이 당장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경수로 공사 속도로 미뤄 원자로 등의 핵심부품이 2005년께 북측에 넘겨지는데 IAEA 사찰에 3∼4년이 걸리는 만큼 역산하면 지금부터 사찰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입장에 북한은 핵사찰에 3∼4개월이면 충분하고, 경수로 완공이 당초 목표(2003년)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전력 보상이 우선이라고 맞서 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혀 적극적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수출 문제는 체제 안보·외화벌이와 직결된 문제다. 북한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민간용 로켓을 발사해 주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생산·배치·시험발사를 동결하고, 일정한 보상을 하면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무런 보상없이 검증 가능한 개발 규제, 수출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선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는 셈이다.

◇미국의 대북 보상 조치는=미국은 대화 재개시 WMD 문제에 대한 북한의 해결 의지를 봐가면서 구체적인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보상 차원의 조치는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달리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WMD 문제가 포괄적으로 진전돼야 대북 지원과 관계개선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조치는 크게 세가지다. 식량 등 인도적 지원 확대 및 경제제재 완화, 북한의 체제안보 보장, 관계정상화가 그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해선 다자간 안보협력체에 의한 안보 우산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최근 북·미 관계 주요 일지>

◇2001년 1월 20일=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출범

▶3월 7일=부시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약간의 회의' 언급

▶6월 6일=부시 대통령, 북한 핵·미사일·재래식 무기 의제로 한 새 대북 정책 발표

◇2002년 ▶1월 30일=부시 대통령,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

▶2월 22일=북한 외무성, 대미 대화 거부 입장 표명

▶4월 3∼6일=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방북, 북한 미 특사 방북 수용

▶4월 11일=북 외무성, '동등한 대화' 강조

▶6월 25일=미, 7월 10일 대북 특사 파견 계획 북측에 통보

▶6월 29일=남북 서해교전

▶7월 2일=미, 고위급 특사 방북 계획 철회

▶7월 25일=북한, 서해교전 사과 표명

▶7월 31일=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백남순 북 외무상 회동 특사 방북 협의

▶8월 28일=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 특사 방북 재추진 방침 확인

▶9월 16일=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북 핵무기 보유" 발언

▶9월 17일=북·일 정상회담에서 북·미간 현안인 핵 문제 등 논의

▶9월 20일=미,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한 안보전략 발표

▶9월 22일=한·일 정상, 북·미 대화 재개 미에 촉구

▶9월 25일=부시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에게 조속한 시일 내 대북 특사 파견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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