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국계 제약사 "新藥 공동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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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의약품 판매 및 마케팅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한국제약협회(KPMA)와 국내 진출 외국계 제약사들의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외국계 제약사들은 한국제약협회 소속으로 '한지붕'아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제약회사와 외국계 회원사들간의 이해가 부딪치면서 끝내 외국계 제약사들이 99년 아예 별도의 업종단체(KRPIA)를 만들어 '분가'했다.

◇화해의 단추를 끼운다=업계에 따르면 두 단체는 이달 초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의사들의 해외 출장 지원 문제에 대한 이견을 해소했다. 의료진의 해외 출장비 지원 문제는 "약을 많이 팔기 위한 외국 제약사들의 대표적인 편법 지원(국내 제약업체)","최신 의료정보 습득 등 국내 의료진의 수준 향상을 위한 지원책 중 하나(다국적 제약사)"라는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섰다.

합의안에 따르면 두 단체는 해외학회에 참가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한해에 12명까지 하기로 했으며 한 업체가 지원할 수 있는 해외 제품 설명회도 1년에 한번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지원 비용을 행사 참가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에서 현지 숙소나 이들을 데리고 나갈 대행사 등에 주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출장비 지원이 약 판매를 늘리기 위한 일종의 금품 공세로 전용될 수 있다는 논란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협력해 신약도 개발한다=두 단체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내에서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 프로젝트 등에 포괄적인 협력체제를 만드는 작업도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 KPMA는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를 통해 국내·외국 제약사들이 컨소시엄을 만든 뒤 신약 개발이 가능한 대학이나 연구소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을 KRPIA측에 제안했다. KPMA쪽이 내놓은 제안은 두단체 소속 업체들이 출자해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따로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 회사를 통해 신약 개발이 가능한 여러 대학이나 연구소를 확보한 뒤 공동으로 지원하고 약품이 개발되면 대량 생산을 희망하는 업체를 선정, 생산 및 판매권을 주자는 게 KPMA의 아이디어다.

KPMA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여러 제약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되면 우수한 신약을 개발하는 대학과 연구소를 많이 발굴할 수 있는 데다 개별 제약사가 신약 개발을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재정적·시간적 부담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PMA측은 또 국내에서 신약 임상시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그동안 개별회사 별로 흩어져 있는 임상시험 루트를 통합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PMA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다국적제약협회 측은 소속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국적제약협회 심한섭 부회장은 "국내외 제약업계가 협력체제를 구축하면 각 업체들은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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