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과대학교>대학평가 1등 인재 키우기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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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생 1명당 연간 교육비 4천3백여만원'.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국내 최상(最上) 대학으로 부상한 포항공대가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년 동안 학생 한명에게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웃도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이다. 이는 학생이 낸 등록금의 1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교육비의 상당 부분이 실험·실습 교육을 집중 지원하는데 쓰여진다. 15년 전 대학 설립 때부터 표방한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실험 위주의 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험조교 1명이 20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실험실마다 4명 정도의 전담직원을 둬 실험·실습을 돕는다. 지난해에는 학생당 실험·실습비를 전년의 두배인 48만3천원으로 늘렸다.

정진철 총장(직무대행)은 "교양과정을 배우는 1학년들도 일반물리·화학실험은 물론 생물실험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고 있다"며 "고교를 다니는 동안 제대로 실험 한번 못해본 서툰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학기 초에는 1학년 실험실에서 시험관 깨먹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도서자료 구입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국내 최고 수준인 학생 1인당 64만원을 지출했다. 鄭총장은 "외국의 웬만한 이공계 전문서적은 출판 즉시 구입해 학생·교수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자랑했다.

도서관도 5백억원을 들여 미래형 디지털 도서관으로 새로 짓는 중이다. 연말 완공예정인 도서관(청암학술정보관)은 외국 전문학술지나 저널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등 모든 기능이 전자화된다.

기숙사 시설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교 내 기숙사가 20% 정도의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혼 학생을 위해 학교 밖에 13평짜리 2백40가구,24평짜리 1백79가구 등 아파트형 기숙사를 운영한다. 24평짜리 아파트는 지난해 새로 사들였다. 이런 배려 때문인지 포항공대 학생들은 결혼을 빨리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외국대학을 포함한 다른 대학과의 학생 교류 지원에도 많은 돈을 쓴다. 신소재공학과 학생의 경우 일본 도호쿠(東北)대의 신소재공학과 학생들과 1년에 두번 서로 방문해 공동 세미나 등의 행사를 갖는데 학교측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는다.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공연·교양강좌 등 문화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에 드는 비용도 학교측이 부담한다.

포항공대는 재단 출연금·대학발전기금(기부금) 등 7천5백억원이 넘는 적립기금을 갖고 있다. 학생을 위해 국내 최고의 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배경이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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