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D -4>"우리가 남이가…" 남북 반가운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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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탁구장·체조장·사격장, 그리고 낙동강가에서.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친숙해진 남과 북의 선수단이 한국땅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형일아, 오랜만이다." "반갑습니다. 지도원 동무."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이유성(46)감독과 북한의 이형일(40)코치는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마주쳤다. 이감독이 악수를 청하자 훈련 중이던 이코치가 깍듯하게 이감독을 맞았다. 지난 5월 중국오픈 이후 4개월여 만의 만남이었다. 제3국이 아니라 한국땅에서 만났기에 감회가 특별한 듯했다.

에이스 김현희를 비롯, 김향미·김윤미·김미영·염원옥 등이 참가한 북한 여자탁구대표팀은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중국과 함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감독이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자 이코치는 "경기장과 숙소가 멀어 내일부터는 아예 도시락을 싸들고 와야겠다"고 말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 출전했던 현정화 코치가 북한 이분희의 안부를 묻자 이코치는 "분희는 건강이 많이 좋아져 매일 체육관에 나와 후배들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오후 1시10분쯤 훈련을 끝내고 나오던 이코치는 한국 남자대표팀 강문수 감독과 마주치자 가벼운 목례에 이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부산시 연제구 거제2동 사직체육관 체조연습장에서는 남북 체조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했다. 남북 선수들은 오후 4시15분쯤 연습장에서 만나 "반갑다""어떻게 지내느냐"며 악수를 나눈 뒤 1시간30분 가량 함께 훈련했다.

창원사격장에서는 훈련 중이던 한국 사격팀이 견학차 경기장을 찾은 북한 사격팀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클레이사격장에서는 11년 만에 현역 선수 신분으로 다시 만난 한국의 여자 스키트 대표 김연희(42)와 북한의 이혜경(33)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북한 조정선수들은 오전 10시쯤 강서구 강동동 조정경기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한국선수단과 조우했다.

한국의 손병록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만나 낯이 익은 북한 최명환 감독과 반갑게 인사했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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