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TV시청 가급적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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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지난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치매협회(ADI)가 정한 치매의 날. 한국치매가족협회는 추석 때문에 모든 행사를 25일 이후로 연기, 지부별로 행사를 갖는다.

심포지엄(서울),음악회(전남 광주), 가두 캠페인(대전), 세미나(대구)등을 10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벌인다.

25일 서울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심포지엄 내용 중 '치매환자 잘 돌보기'(인하대 김정희 교수 발표·간호학)를 소개한다.

◇인격을 존중해야=치매환자는 뇌의 일부 기능이 떨어졌을 뿐 나머지는 정상이다. 따라서 잃어버린 기능에 절망하지 말고, 남아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 예컨대 혼자 이를 닦지 못한다고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칫솔질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반복, 따라하게 함으로써 재활을 유도한다.

자존심을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억력은 퇴보해도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환자가 실수했을 때 화를 내거나 바보 취급 하는 것은 금물. 환자들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심과 배려로 정서적 지지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환자에게 명령하거나 다투지 말고 경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인다. 또 치매 환자가 알아 듣지 못한다고 그 앞에서 환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치매 환자도 기능을 개발하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특수한 예이기는 하지만 외국에서는 악기를 배워 발표회를 하거나, 치매 환자가 그림 개인전을 갖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따라서 남아있는 기능을 유지하도록 종이접기·역할극·콩 고르기·회상 요법 등을 적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회상 요법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증상을 완화시키고,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기법.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도 좋고, 청소나 요리에 대한 일상적인 내용, 가족에 대한 것을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낸다. 아이들이 노인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부모의 의무. 조부모가 과거에 건강하고 훌륭하게 살아왔던 모습을 자주 들려주라는 것이다.

◇정서를 고려한 환경=치매 환자는 낮과 밤이 바뀌는 등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쉽다. 이는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간호하는 사람의 피로와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

따라서 하루 스케줄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루 일과표를 정해 놓으면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쉽게 파악되는 장점도 있다.환자의 기능에 맞게 가구를 선정하고,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침대는 발이 바닥에 닿을 정도의 높이가 알맞고, 매트리스는 스프링이 없는 것이 좋다. 의자는 바퀴가 없어 안정적이어야 하며, 의자와 소파·방석은 방수덮개를 씌우고, 목욕탕엔 손잡이·깔판 등 미끄러짐 방지 장치를 한다. 또 물건은 항상 제 위치에 두며, 과거를 회상하는 사진이나 그림 등을 걸어두는 것도 정서안정에 도움을 준다.

잘 맞지않는 시계, 이해할 수 없는 TV프로그램은 환자의 혼돈을 초래한다. 치매 환자는 환경소음으로부터 피하는 능력이 감소되어 있기 때문에 TV 시청은 가능하면 삼가되, 재미있고 단순한 드라마나 스포츠·오락프로를 권유한다.

◇수발자의 건강도 중요=몇년에 걸쳐 환자를 돌보다 보면 수발자는 지치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바뀌기 일쑤.때론 환자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함으로써 상황이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들이 수발을 나눠 짊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발자에게 휴식시간을 준다거나, 금전적 지원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최근에는 낮시간 보호시설이나 15일 이상 단기 보호시설, 그리고 요양병원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이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해당 지역 보건소 치매상담센터나 한국치매가족협회(02-431-9993), 인터넷(www.alzza.or.kr)등을 이용한다.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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