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10개월은 너무 짧고 정치는 참 험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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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얼굴) 국무총리가 29일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정 총리가 지난해 9월 29일 취임한 지 10개월 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후임 총리 인선과 개각에 대해 “이 대통령은 8월 10일을 전후해 차기 총리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개각은 6~8개 부처의 장관이 바뀌는 중폭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정치 일정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여건과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며 “지금이 국가의 책임 있는 공복으로 사임의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백년 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해 개인적 아쉬움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며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특히 “제가 생각했던 일을 이뤄내기에 10개월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는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사퇴 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미리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통보했으며, 이를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좀 더 같이 일하고 싶어 여러 번 만류했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사의를 표명해 매우 안타깝게 여긴다”며 사퇴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채병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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