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살려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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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KBS·MBC·SBS 등 지상파 TV 방송들은 간판격으로 내세우는 시사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KBS1의 '취재파일 4321', MBC의 'PD수첩',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그렇다.

개중에서 1983년 2월 첫 전파를 쏘았던 KBS2의 '추적 60분'은 정치·사회적으로 핵심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의식 높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었다. 당시 군사정권의 언론에 대한 통제·감시가 심했던 만큼 '추적 60분'의 과감한 목소리는 답답함을 틔워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요즘 '추적 60분'은 봄·가을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존폐의 도마에 오르는 바람에 풀이 죽어 있다. 한 달 뒤로 다가온 이번 가을 개편을 앞두고도 '살리느냐, 죽이느냐'로 내부에서 다시 말이 많은 모양이다.

타 방송사 시사 프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분위기는 폐지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그러나 KBS 노조나 시민단체에서는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최근 '추적60분은 부활해야 한다'는 보고서에서 '추적 60분'이 불리한 시간대에 편성되고, 원래의 정체성을 잃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넉달간 타 방송사 프로가 'LA폭동 10주년''정치자금을 잡아라''미군전차와 두 여중생' 등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짚은 반면 '추적 60분'은 '우리 아이 좀 찾아주세요''고래 잡을 수 있나' 등 파급력이 약한 소재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물론 '딱딱하고' '골치아픈' 주제를 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위한 책임을 진다. 가뜩이나 상업방송인 SBS보다 더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2가 아닌가.

그렇다면 시청률을 탓하기 전에 '추적 60분'을 소생시킬 방안을 찾도록 머리를 짜야 한다. 그 책임은 물론 간부진에게 있다.

이영기 기자

ley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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