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추천… 김정일에 신의주 개발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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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빈 장관은

양빈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로 큰 돈을 모아 지난해 포브스지에 의해 중국의 2대 부호로 선정된 인물이다. 그는 23일 CNN 등 서방 언론인들을 평양으로 초청, 대규모 신의주 투자설명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39세의 젊은 楊회장이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초대 신의주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가 채택한 신의주 특구 기본법에서 이미 예고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기본법에는 '신의주 특구의 주민권을 가지면 외국인도 입법위원이 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楊회장이 초대 장관에 임명되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신의주 특구의 독립성▶북한의 개방의지 과시▶중국·유럽 등 해외자본 유치 등을 위해 金위원장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의 지난해 중국 방문 당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楊회장을 특구 장관으로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楊회장의 다양한 경력도 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장쑤성(江蘇省) 난징(南京)출생이지만 1989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에 유학 중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한 화교다. 94년 화훼·유통업체를 창업한 뒤 중국 8개 성에 종묘회사를 차려 어우야 그룹으로 발전시켰고, 부동산업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중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경력이 북한으로선 신뢰성과 서방자본 유치 면에서 유리한 요소로 고려됐다는 것이다.

楊회장은 지난해 1월 김정일 위원장이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신의주 개발을 적극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楊회장은 올 2월에는 金위원장의 신의주 현지지도에 동행했고, 5백여만달러를 들여 평양 만경대 지역에 화초단지를 무상으로 건설하는 등 북한과 친분을 쌓아왔다. 하지만 주가조작·탈세 의혹 등 그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97년 상장한 소유 종묘회사의 주가가 2년 뒤 매각 직전에 급등해 주가조작 시비가 일었고, 중국 고위층과의 친분을 이용해 특혜를 누렸다는 주장도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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