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고이즈미정상회담]"동북아 안정에 기여" 주변국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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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17일의 북·일 정상회담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환영하는 분위기다.

북·일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관계개선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반세기를 넘는 적대적 관계를 청산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일관계 정상화 움직임은 바꿔 말하면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 노력의 하나"라며 "북·일간 관계 정상화를 통한 경제협력과 교류는 한반도 평화·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동결키로 하고 핵관련 국제협약을 준수하겠다고 밝힌 점도 역내 안정과 관련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북·일 관계 개선이 북한 경제 회생에도 도움을 줘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양국간에 수교가 이뤄지면 일본의 과거 청산작업에 따라 대규모 경제협력 자금이 북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협력으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이 정비되고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남북 경협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북·일 국교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11명 가운데 6명의 사망이 확인된 데 따른 일본내 보수파의 반발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본의 과거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북·일간에 줄다리기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북측이 회담에서 희망한 북·미 대화가 조만간 성사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데다 이라크 공격 문제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장관이 북·일 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입장을 밝힌데서도 미국의 대북 시각은 잘 드러난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일각에선 북·일 관계개선이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증대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대북 정책을 놓고 한·일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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