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촉진” 내달부터 술 재료 원산지 표시 의무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2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탁·약주 제조에 사용된 가공용 쌀은 2만3500t이었다. 그러나 이 중 국산쌀은 15%인 3500t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탁·약주 제조에 사용된 1만3528t의 가공용 쌀 중 국산이 하나도 없었던 2007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의 상당수가 수입쌀을 쓰는 탓에 국산쌀 소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소주와 맥주도 국산쌀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지난 25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국산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경기미로 만든 막걸리 시음행사를 열고 있다. [뉴시스]

충청대 식품영양과 안용근 교수는 “막걸리 1병엔 쌀 두 공기가 들어 있고 전통 소주 1병을 만드는 데는 쌀 140g이 필요하다”며 “국산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막걸리와 소주 등 전통주를 만들 때 국산쌀을 최대한 많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막걸리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국산쌀을 외면하고 있다. 대신 수입쌀과 수입찐쌀을 주로 사용한다. 국산쌀 가격이 수입산보다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막걸리를 많이 마셔도 정작 국산쌀 소비에는 도움이 안 된다. 수입쌀과 수입찐쌀로 막걸리를 만들어도 식품 안전에는 이상이 없지만 쌀의 신선도가 떨어져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단점이 있다고 한다.

국산쌀은 전통 소주 제조에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이종기 교수는 “고려, 조선시대의 전통 소주는 쌀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 값싼 타피오카 전분이나 당밀(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뺀 찌꺼기)을 이용해 제조한다”고 말했다.

맥주도 쌀가루 사용이 가능한 술이지만 국내에선 대부분 엿기름(몰트, 10% 이상)에 옥수수가루나 밀가루를 섞어 만들고 있다.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김종실 팀장은 “다음 달 5일부터 술 재료의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된다”며 “그렇게 되면 국산쌀을 이용해 만든 술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