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불안 올 최저가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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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가뜩이나 취약한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16일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과 국민카드 실적 악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해 7.12%(3천7백원) 떨어져 4만8천2백원으로 장을 마쳤다. 국민은행 주가가 5만원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말 이후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3일(97만주)보다 크게 늘어난 3백63만주가 거래됐다. 이날 외국인들은 국민은행을 6백2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하락세를 부추겼다.

국민은행 주가가 곤두박질하는 것은 이 은행이 78%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카드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카드 연체율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카드의 실적·주가가 나빠지면 국민은행의 지분 평가익이 줄 수밖에 없다. 국민카드는 지난 1~8월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감소한 2천9백40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카드의 월별 누적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국민카드의 연체비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도 지난해 말 2.56%에서 7월말 4.2%대까지 늘어났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국민은행의 경우 6월말 1.79%를 기록했던 연체비율이 지난달 말 2%대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옛 주택은행과의 합병으로 주택은행 카드 이용자들의 카드 대출잔액이 현재 6조원이나 되기 때문에 가계 부실이 가시화할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도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하며 국민은행의 예상 실적과 적정 주가를 최근 낮추고 있다. JP모건증권은 16일 연체율 증가로 향후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둔 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국민은행 예상 순익을 종전보다 16% 낮은 2조1천30억원으로 예상했다.

LG투자증권도 지난 9일 국민은행의 올해 예상 순익을 기존의 2조2천8백5억원에서 2조1천8백88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현대증권은 국민은행의 적정주가를 7만5천원에서 6만5천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국민은행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많은 편이다. 국민은행의 올해 당기순익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담보·보증을 확보한 뒤 빌려준 돈이 많아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 백운 연구원은 "올해 국민은행은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2조2천8백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연체율 상승이 국민은행의 이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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