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베팅… 끝없는 영토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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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백화점에서 외식·건강식품·신용카드사업까지-.

롯데그룹이 '유통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한 야심찬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옛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매입키로 함에 따라 서울의 대표적인 금싸라기 땅인 소공동·남대문 일대에 1만1천여평 규모의 롯데타운이 형성될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5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1위인 TGI 프라이데이스에 이어 8월엔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인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했다.

현재 동양카드·현대석유화학과 인수 협상을 벌이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력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면서 "유통업계에서 1위의 입지를 확고하게 할 수 있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최강자 확고히 한다=유통업계 1위를 더욱 굳히기 위해 지난 8월 우리나라 백화점의 효시인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했다. 당시 미도파 인수전에 뛰어든 신세계·현대·삼성플라자 등이 인수금액을 3천5백억~4천억원대로 제시했지만 롯데는 이보다 1천억원 이상 많은 5천8백억원을 써내는 적극성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이러한 확장전략으로 올해 세 점포를 연데 이어 내년에는 대구·전주에 추가로 개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는 백화점 2위인 현대(13개)보다 무려 8개나 많은 매장을 보유하게 된다.

신세계 이마트에 뒤진 할인점도 집중육성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30호점까지 출점돼 있으며 올해 말까지 3개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금융서비스업 진출=롯데는 금융업 진출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AAA- 또는 AAA+ 등으로 최고 수준이어서 수천억원을 조달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카드를 발판으로 신용카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롯데는 일단 신규 진출의 꿈을 접었다. 금융감독 당국이 신용카드 신규진출보다는 부실회사 정리 쪽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신용카드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동양카드와 인수협상을 깊숙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신용카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유통에 신용카드사업을 추가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카드는 시장점유율이 1% 미만이지만 대형 백화점에 기반을 둔 롯데로 넘어갈 경우 카드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금융서비스 분야 중 하나인 현금자동인출기(ATM)사업을 위한 '롯데@뱅크(가칭)'라는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외식사업에도 진출=롯데는 지난 5월 말 외식업계 1위인 TGI프라이데이스(TGIF)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롯데는 당시 TGIF 대주주인 HSBC를 찾아가 곧바로 지분 75%를 5백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TGIF는 올해 8백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롯데리아 등도 업계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사업 다각화=호남석유화학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롯데는 현대석유화학에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 롯데는 최근 채권단이 매각을 종용하고 있는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기 위해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물류업체인 대한통운 인수에도 내심 적극적이다.

롯데 측은 "인수의사를 공식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한통운 측은 "롯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인수할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몸집불리기 어떻게 가능한가=롯데가 이렇게 몸집불리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성장과 막강한 자금력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비율이 76.0%로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낮은 데다 외자유치와 현금조달 능력도 다른 대기업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3개 계열사 중 17개사가 차입금보다 예금이 많다.

롯데쇼핑(백화점·할인점)은 지난해 7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당초 목표인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의 경우 영업이익은 지난해 2천7백억원에서 올해는 3천5백억원으로 30% 가량 늘어났으며 경상이익은 지난해 2천60억원에서 올해는 3천억원으로 46% 증가했다.

김창규·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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