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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날' 9·17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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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은 9월 17일. 달력을 보다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머리 속으로 이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유난히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많은 날이다.

#야구 천재의 죽음

'한국 야구사'는 1967년을 '고교야구 전성시대의 개막'으로 표현하고 있다. 훗날 프로야구 태동의 모태가 된 고교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한 것이 바로 67년인 것이다. 그리고 67년은 '야구 천재의 시조(始祖)'라 부를 수 있는 임신근의 출현과 함께 그 막을 열었다. 당시 경북고 2학년이었던 임신근은 제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선린상고를 3-0으로 셧아웃시키고 정상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투타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경북고에 개교 51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 정상의 쾌거를 안긴 주인공이 바로 임신근이었다. 임신근은 이듬해에도 고교야구를 평정하며 '야구 천재'로 불렸다. 그는 69년 한일은행에 입단해 10승7패 방어율 1.46으로 실업야구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78년에는 무려 4할5푼이라는 높은 타율로 실업야구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창단과 함께 삼성에 선수 겸 코치로 입단했던 그는 해태·태평양·쌍방울을 거치면서 온화한 인품과 뜨거운 야구 열정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그러던 그가 91년 마흔둘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호흡장애를 일으켜 세상을 등졌다. 당시 쌍방울 수석코치였던 그가 눈을 감은 날은 9월 17일. 오늘은 그의 11주기(周忌)다.

#홈런, 홈런, 홈런. 그리고…

프로야구 20년사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꼽으라면 꼭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86년 정규시즌의 마지막 경기 9회말에 김형석(당시 OB)이 롯데 최동원을 상대로 때린 동점 2점홈런이다. 당시 OB는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고 MBC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퉜다. MBC가 전주에서 해태를 꺾은 상황에서 OB는 최동원에게 9회말까지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그 마지막 상황에서 김광수의 좌전안타에 이어 김형석이 극적인 동점홈런을 때렸고 이후 신경식의 3루타와 롯데의 실책이 겹쳐 OB가 거짓말 같은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때의 승리로 OB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당시 OB 선발 최일언은 승률왕이 됐으며 최동원은 3년 연속 20승을 눈앞에 두고 좌절했다. 그래서 그 홈런은 '운명을 바꾼 홈런'으로 이름붙여졌다.

92년 대전.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당시 빙그레)은 해태 신동수를 상대로 프로야구 최초로 시즌 40호 홈런을 때렸다. 지금은 이승엽(삼성)의 54개가 최다 기록이지만 이때 장종훈의 홈런은 처음으로 '40'이라는 벽을 넘어선 기념비적인 한방이었다. 91년 대구. '헐크' 이만수(당시 삼성)는 프로야구 최초로 개인통산 2백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 세방의 홈런은 모두 9월 17일 터져나온 의미있는 홈런들이다.

#달구벌 최후의 헹가래

20년 동안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삼성이 '그 해의 챔피언'이 된 것은 전·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한 85년이다. 이때 삼성의 통합우승이 확정된 날은 9월 17일. 정확히 17년 전 오늘이다.

'추억 9·17!'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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