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고마운 시라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유엔에서 발표한 '대이라크 최후 통첩'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2단계 해법'을 받아들인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이 14일 보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9일 ▶이라크에 무기사찰 수용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를 채택하고▶이라크가 3주 안에 사찰에 응하지 않으면 유엔이 제재를 결의한다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이라크 공격은 미국의 오만한 일방주의"라는 국내외의 반발에 골머리를 앓던 부시 대통령은 시라크가 이같은 절충안을 들고 나오자 재빨리 활용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시라크의 발언은 목마른 미국에 절묘한 기회를 제공했다"며 "부시 대통령은 '선(先)유엔·후(後)공격' 원칙뿐 아니라 이라크에 대한 '인내' 시한까지 시라크 해법을 수용해 3,4주께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까지 미국의 공격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유럽연합의 분위기는 공격 찬성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프랑스의 의중에 대해 타임지는 ▶공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을 거치지 않는 '일방적 공격'을 반대하는 것뿐이며▶미국이 결심을 굳힌 마당에 프랑스로선 유엔안보리 이사국 지위를 이용,공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최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