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對이라크 최후통첩 여파 세계 증시·유가 겹주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강경 입장을 재확인하자 각국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가뜩이나 회복이 부진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여기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으로 치솟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발(發)악재가 세계경제를 불황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앞다퉈 매도 대열에 나서는 바람에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모두 폭락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경고한 것도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을 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백1.76포인트(2.35%) 떨어진 8,379.41로 장을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77포인트(2.72%)하락한 1,279.68을, S&P 5000지수는 22.54포인트(2.48%)떨어진 886.91을 각각 기록했다.

런던과 파리·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증시의 지수들도 뉴욕증시의 폭락세에 영향을 받아 3~5% 급락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대두된 이후 연일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던 국제유가는 부시의 발언 이후 그동안 매집됐던 물량이 풀리며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현실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설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 산하의 경제전문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이에 반대하는 중동국가들이 감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IU는 "이로 인해 유가가 상승,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IU의 로빈 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원유 공급에 차질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와 같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