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며느리가 뽐낸 전통 손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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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맞벌이 주부인 최영주(35·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는 바깥일을 하는 며느리를 배려해주는 시어머니 덕에 큰 부담 없이 명절을 지낸다.

그렇지만 3남매의 맏며느리 구실을 제대로 못한 것같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죄송스러움에 '봉투'를 만들어 드려보긴 하지만 그래도 늘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최씨가 결혼 10년 만인 올 추석엔 '딴 생각'을 품었다. 자신의 집에서 미리 일부 음식을 만들어 가기로 한 것.

시어머니가 차례 음식에 대한 격식을 꼼꼼하게 따지는 분이라 차례 음식은 엄두도 못 내지만 대신 추석 손님상에 올릴 한과와 떡으로 며느리 구실을 하기로 했다.

최씨는 이 책 저 책 뒤지다 '두부매작과'와 '은행 단자'를 발견했다.

두부매작과는 한과에 두부를 섞는 아이디어가 기발해 보였다. 두부가 섞여 맛도 일반 매작과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다.

은행단자 역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 두 음식은 제과·제빵 강사인 최씨의 손맛을 은근히 과시하기에도 적당한 메뉴였다.

지난 주말 남편(이덕수·37)과 아들(진석·6)에게 시험삼아 먹게 한 결과는 1백점 만점.

남편과 아들의 반응에서 용기를 얻은 최씨는 "매작과의 두께가 두꺼우면 맛이 덜하고 너무 얇으면 모양내기가 어렵다. 설탕이나 생강의 간은 입맛에 맞춰 양을 조절해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이어 그는 "바깥일을 한다는 핑계로 여러모로 부족한 며느리를 항상 이쁘게 이해해주신 시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서투른 솜씨지만 다른 시댁 식구들과 손님들도 맛있게 먹어주셨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지상 기자

◇두부매작과(10인분)

▶재료=밀가루 2컵,소금 1/2작은술,생강물 4큰술, 두부 60g, 식용유 적당량, 설탕시럽<설탕물(설탕 2큰술+물 2큰술)을 중불에서 은근하게 끓여서 절반으로 줄면 흑임자(약간)를 넣는다. 끓이는 도중 젓지 않도록 주의할 것>

▶만드는 법=①두부는 칼을 이용해 곱게 으깨어 둔다. ②생강을 강판에 간 후 물을 넣어 생강물을 만든다. ③체를 친 밀가루에 준비한 두부·생강물·소금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을 한다 (반죽의 되기는 만두피 정도). ④반죽을 비닐로 싸서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두었다가 밀면 잘 밀린다. ⑤밀대로 반죽을 2㎜정도의 두께로 밀어 편다. ⑥칼로 가로·세로 2×5㎝로 자른 뒤 천(川)자처럼 세 군데 칼집을 넣어 맨 가운데로 한번만 뒤집는다. ⑦1백50도 식용유에서 연한 갈색이 나도록 튀긴 후 설탕시럽에 담갔다가 꺼낸다.

◇은행단자

▶재료=찹쌀가루 3컵,은행 2컵,물 1/3컵,소금 1/2 작은술,잣가루 3/4컵,꿀 적당량

▶만드는 법=①은행을 미지근한 물에 불려 속껍질을 깐 다음 찬물에 씻어 물기를 닦는다. ②손질한 은행을 분쇄기에 곱게 간 다음 찹쌀가루·소금과 함께 섞어 뜨거운 물을 붓고 약간 질척한 상태로 충분히 반죽한다. ③반죽은 손바닥 크기로 반대기를 짓는다. 반대기는 덩어리 반죽을 말하는 것인데, 두꺼운 호떡 반죽처럼 둥그런 덩어리 상태를 말한다. ④김이 오른 찜통에 젖은 면보를 깔고 만들어 놓은 반죽을 넣고 찐다. 반죽이 익으면 쟁반에 쏟아 반죽이 끈적하게 꽈리가 일도록 친다. ⑤도마에 꿀을 바르고 만들어 놓은 떡을 가로·세로 3㎝ 크기로 만든 다음 0.8㎝ 두께로 썬다. 썬 떡의 표면에 꿀을 바르고 잣가루를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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