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한인 무대책에 외교부 홈피 비난글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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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진해일(쓰나미)의 여파가 급기야 외교통상부까지 뒤흔들고 있다. 지난 5일 밤 방송된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태국 푸껫 인근 피피섬에서 실종된 한국인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족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전하면서 우리 정부의 무대책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이후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을 질타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1000건 이상 쇄도하면서 외교부 홈페이지(www.mofat.go.kr)가 6일 한때 접속이 느려지는 등 홍역을 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이 외교활동비를 접대비로 전용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말로만 선진국 운운하면서 막상 무슨 일만 생기면 일 처리하는 게 딱 후진국 수준이다" "김선일씨 피살 사건 때가 떠오른다" "외교부 직원 전원을 아예 외국인으로 교체하는 게 낫겠다"는 등의 비난 글이 폭주했다.

외교부는 "억울하다"는 항변 속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푸껫 현지에 다녀온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유가족 챙기기, 부상자 돌보기, 사망자 장례식 치르기 등 현지 대사관과 한인회가 잠도 거의 못 자면서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했다"며 "현지 한인들은 물론 기자들과 유족들도 '고맙다''수고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해명했다. "현장 지휘본부도 우리가 가장 먼저 세웠다"고도 했다.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도 "부상자나 실종자 가족들 입장에서 볼 때 정부 대책에 대해 불만인 점도 있겠지만 모든 직원이 헌신적으로 뛰어다니고 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 아니냐"며 "일부 언론이 어느 한 면만 편파적으로 부각해 보도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주러시아 대사관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벌에 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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