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 메달전선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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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월드컵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요즘 축구판 모양새가 영 미덥지 못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박항서 감독과 축구협회의 갈등부터 대표팀의 경기력에 이르기까지.'월드컵 4강'의 신화가 전설 속으로 사라지는 느낌이다.

1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표팀(23세 이하)과 청소년 대표팀(19세 이하)간의 수재민 돕기 자선경기는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한판이었다.대표팀끼리의 평가전으로 주목을 끌 만함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빈자리가 더 많았다. 2만여명을 간신히 웃돌았을 정도다. 축구계의 이전투구에 싸늘해진 팬들의 외면 탓이라는 분석이 당장 나왔다.

무엇보다 눈 앞에 닥친 우려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경기력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아우뻘인 청소년 대표팀에 패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청소년 대표팀은 후반 16분 김성길(일본 오이타)의 패스를 이어받은 김동현(청구고)이 수비수를 등지고 왼발 터닝슛, 결승골을 뽑아 1-0의 승리를 거뒀다. 심각한 것은 결과보다 내용이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전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공을 쫓아 이리저리 몰려 다닐 뿐이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최전방의 이동국(교체 김은중)과 좌우측의 최태욱(안양)·박규선(울산)이 호흡을 맞추지 못해 상대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다.플레이 메이커로 나선 이천수(울산)는 여전히 '나홀로 플레이'에 열중했고 미드필더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현재의 전력으로선 아시안게임 우승은 어렵다. 조직력이 전혀 정비되지 못했다. 포지션별로 최상의 와일드카드를 선발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최전방에 선발 출전했던 이동국(포항)은 전반 32분 만에 김은중(대전)으로 바뀌자 박감독의 선수 교체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내용이 형편없었다. 내 책임이다. 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안좋았고 이게 경기력으로 연결됐다"며 "내 거취는 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장혜수·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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