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이라크 核 위협' 대대적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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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워싱턴=김진 특파원]이라크가 실제로 핵을 개발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의 안보담당 고위 관리들이 8일 방송에 대거 출연, 이라크의 핵 개발 위협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조속한 군사행동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공세를 폈다.

미국과 영국 전투기들은 지난 7일에 이어 9일에도 이라크 남부 알 아마라흐 인근의 이라크 군 방공지휘통제 시설을 공습했다. 이번 공습은 이 일대를 초계비행하던 전투기에 공격을 가한 이라크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공격은 당연"=딕 체니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후세인은 핵무기를 제조할 기술과 설계도를 가지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알루미늄관을 입수하려 애써왔다"며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군사력으로 대처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도 CNN 방송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휴회에 들어가는 오는 10월 5일 이전 결의안을 승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라크 공격 방침을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조기 공격 가능성도 일부 시사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가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한다는 증거를 1백% 가져야만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라크 공격을 위해 유엔 결의를 새롭게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온건론자로 분류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 TV에서 "(오는 12일 후세인의 축출 필요성을 언급할 예정인)부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한 각국의 반응과 관계없이 대통령은 국가 수호를 위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며 강경한 기조로 발언했다.

한편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9일 "이라크가 외국에서 핵물질을 입수하게 되면 수개월 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 위협 의문=부시 행정부 수뇌들이 빠르게 이라크 공격 수순을 밟아나가는 데 대해 미국 언론과 미 의회를 중심으로 "이라크의 핵 위협 가능성이 약하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8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라크가 화학무기나 핵무기 생산을 재개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 무기를 실제로 전쟁에 투입할 능력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젤 밀러 상원의원은 8일 워싱턴 포스트의 기고문에서 "후세인 대통령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이라크가 핵무기를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또는 애틀랜타에 적중시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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