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로는 안줄어 주소 밝히고 사진 공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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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것도 무서울 정도로 변하고 있다. 그저 그러려니 하다가도 한 구석씩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앞이 캄캄해질 때가 많다. 모든 길이 황금으로 향하고 있다. 공부도 돈을 벌기 위해 하고, 결혼도 돈을 보고 하며,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사회가 됐다.

얼마 전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성공한 사람들의 그림자에도 돈을 향했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지난 날에는 돈으로 바꿀 수 없던 것들과 돈이 더러워 보일 만큼 깨끗하고 청빈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 우리 주변에는 그런 것들과 그런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듯하다.

힘이 있으면 돈이 생기고, 좋은 직장을 잡아야 돈을 모은다. 그래서 힘을 갖기 위해,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돈으로 통한다.

우리 청소년의 성조차 돈으로 사서 욕망과 갈증을 채우는 반인륜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수많은 갈등으로 인한 범죄들이 범람하고 있다. 개인의 욕망에 희생된 청소년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까 ? 이 사회와 어른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분노와 불신을 갖고 살아갈까 ?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그 예민한 감수성으로 이러한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인격형성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그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이제 자기의 몸마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하는 무서운 사회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신기술은 산업발전의 신경망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성을 팔고 사는 기반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은 그들이 사는 이 사회의 오염으로 병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채팅방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35%가 성매매를 제의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사회에 잘못된 어른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청소년 성매매의 상대방들은 단순 과실범도 아니고 우발적인 범죄도 아닌 반인륜적인 철면피범들이다. 따라서 청소년의 성을 사는 이들의 신상공개는 우리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 사회보다도 체면을 중시한다. 그만큼 신상공개 제도가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당연한 결과로 우리는 신상공개제도가 생기면 성매매 범죄가 줄어들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신상공개 대상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음은 현 제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보다 강력한 공개제도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사진을 공개하거나 주거지에 특정 표시를 하기까지 한다. 우리도 최소한 주소지를 정확히 밝히고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 이것은 목표한 성과를 거두는 데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어떤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족 전체를 색안경을 끼고 곁눈질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 가족과 자녀가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런 어리석음은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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