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과도정부 수반 암살 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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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칸다하르·카불=외신종합]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이 5일 칸다하르를 방문하던 중 저격당했으나 무사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굴 아가 셰르자이 칸다하르 주지사가 부상했고 3명이 숨졌다.

이날 카르자이가 저격당하기 직전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중심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20여명이 사망했다.

카르자이 수반 암살 기도 목격자들은 "카르자이 수반이 칸다하르 주지사 관저에서 차를 타고 떠나려 할 때 보안요원 한명이 차에 총을 쐈으며, 카르자이 수반의 미국인 경호원들이 곧바로 응사했다"고 말했다.

셰르자이 주지사의 보안 책임자인 두르 모하메드는 "미국인 경호원들이 세명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수반은 이날 막내 동생인 아흐메드 왈리 카르자이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칸다하르에 왔으며, 목격자들은 "총격 직후 그를 경호하던 미군 특수부대가 차량행렬을 호위해 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카불 폭탄 테러와 관련,현지 유엔 관계자는 "중상자를 포함한 부상자 65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안 관계자들은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이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폭탄테러는 오후 3시쯤 과도정부의 정보문화부 청사 근처에 있던 택시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발생했다. 자동차가 폭발하기 직전 바로 옆에 있던 자전거에서 소규모 폭발물이 터져 구경꾼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더욱 늘었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건이다.

카불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치안지원부대(ISAF) 관계자는 "오늘 테러는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알 카에다 또는 반미 성전(聖戰·지하드)을 주장하고 있는 굴루부딘 헤크마티야르 전 총리를 추종하는 이슬람 과격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소련의 침공에 맞서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군벌 지도자인 헤크마티야르 전 총리는 며칠 전 카세트테이프 녹음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다국적군을 몰아내기 위한 성전을 벌일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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