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박물관장이 월간'수울'창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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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민속 전통주를 고집스레 지켜온 장인(匠人)들과 그들이 빚은 향긋한 술을 세상에 속속 알리겠습니다. 메마르고 삭막해진 현대인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고 싶군요."

술 신문을 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간한 전주 전통술 박물관의 다음(37)관장.

남원에서 태어나 한때 불교에 빠져 출가했던 그는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화가이기도 하다.

"옛말에 '한말 술을 들고가지는 못하지만 마시고는 간다'고 했잖습니까. 제가 바로 그렇죠."

이런 그가 낸 월간신문의 제호는 '수울'(술의 옛말)이다.

그는 이 신문을 매달 1천여부 찍어 전국의 박물관과 전통문화 시설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 신문은 양조장 등 전국 3백여곳의 술도가와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술집과 맛집, 주당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집집마다 전해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의 내력과 술 담그는 법 등에 관한 글도 실을 계획이다.

창간호에는 전주시 중앙동에 있는 국악카페 '류(流)'에 관한 글과 전북 완주군 모악산 정상에 있는 사찰인 수왕사의 주지스님이 솔잎·산수유·오미자 등을 넣어 빚은 송화 백일주에 대한 글이 실렸다.

"한 병에 80만원씩이나 하는 발렌타인 30년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리 술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위벽 보호와 숙취 해소,그리고 강장(强腸) 등 우리 민속주의 효능을 속속들이 이해하게 되면 양주보다는 전통 술에 절로 손이 갈 겁니다."

그가 관장으로 있는 술 박물관(80여평 규모)은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술 향기를 맡고 술 익는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누룩을 만들고 시음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술통·소주고리 등 술을 빚는 갖가지 도구와 전국의 유명 향토 민속주도 전시하고 있다.

"술자리에서의 공경과 접대, 넘침과 부족함 등이 담긴 전통 예절 주법인 향음주례(饗飮酒禮)를 청소년 등에게 가르칠 계획입니다. 술에 관한 탁본·민화 등의 그림전, 술이 있는 음악회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독일에서 달마·동자승·승무 등을 그린 작품을 전시했고, 광주비엔날레 기간엔 초대전을 가졌다. 그는 "술 박물관과 신문 등을 통해 폭음과 방종으로 흐르는 요즘의 잘못된 술문화를 하나씩 바꿔나가는 디딤돌 노릇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민속주가 사라지기 전에 그 제조 비법을 지켜온 장인들에게 일정 혜택을 주는 일에 정부가 하루 빨리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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