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순탄치 않은 결혼까지 '인간 히딩크'를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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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축구 변방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명장(名將)임을 재확인한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

월드컵 직후 히딩크 리더십의 성공 비결을 캐는 책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인간 히딩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신간 『히딩크 평전』(마틴 메이어 지음·현암사)은 네덜란드인들이 '아흐테르후크(변두리)'라고 부르는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축구 지도자로 성공한 공적(公的)인 면모에 가려진 사적(私的)인 히딩크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히딩크의 네덜란드적 성향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할 네덜란드 출신 저자가 히딩크의 고향 마을, 가족, 활약했던 축구클럽 동료와 선·후배들을 직접 취재한 자료에 신문·잡지 기사 등을 종합해 흥미로운 평전을 꾸렸다.

히딩크가 태어난 파르세펠트는 인구 6천명이 채 안되는 작은 농촌 마을로 '베싱크''헤스링크''히어딩크'처럼 어미가 비슷한 간판들이 많다.

저자는 히딩크 이름에도 따라붙은 'ink'라는 어미는 '…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거스 히딩크'라는 이름을 어원적으로 추적하면 '찬양받을 만한 이방인, 전사의 아들'쯤 된다고 책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축구선수 출신 교장 선생의 육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히딩크는 어렸을때 희망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스트롱트 부어(똥치는 농부)'라고 답했었다.

동네 청소년 갱단에 들어 정박 중인 배를 훔치기도 했고 롤링 스톤스 등 로큰롤에 심취해 머리에 젤을 발라 뒤로 넘기고 다니기도 했다.

네덜란드와 미국에서의 선수 생활, 코치로 경력을 쌓아나가는 과정, 결혼생활에 대한 히딩크의 언급 등 일대기를 미공개 사진 70여장과 함께 담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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