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잡으려다 공급 위축 부를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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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집값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면서도 경기냉각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매물 없이 호가가 오르는 양상이었는데 세제개편 등이 본격 추진되면 매물이 나오면서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투기를 잡는 것은 좋지만 주택업체들의 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공급 물량을 유지하는 보완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도 "청약시장 쪽에는 영향이 확실히 있을 것"이라며서 "그러나 기존 주택부문에서는 가격이 급락세로 당장 돌아서거나 분위기가 급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 전문업체인 ㈜좋은집 조병훈 사장도 "세제와 제도보완만으로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고, 특히 분양권 전매를 막음으로써 음성거래가 활개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되레 집값 강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집이 여러 채 있는 투자자 중에는 세금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단기간 내 투매가 일어나거나 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재룡 연구위원도 "집값이 1년에 수천만원이 뛰는 상황에서 재산세 인상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이번 대책으로는 단기적으로 집값이 잡히기는 힘들다"면서 "실수요자의 수급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제시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투기 수요를 잡기보다 오히려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이 커지고 기존 주택의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울공인 정용현 사장은 "집주인들이 재산세 상승분만큼 세입자에 떠넘겨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며 "담보대출 비율이 줄어들어 세입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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