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부동산대책 추진배경과 파장] 對症요법 총동원… 효과는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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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부동산 대책은 각종 수단을 동원했으나 정부가 당초 구상한 '강력한 대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각 부처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미적거리는 바람에 어정쩡한 절충안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 대책에 비하면 몇몇 강수(强手)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양도세와 청약제도를 강화하고, 신도시 2~3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투기심리를 막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특히 청약 과열현상은 상당히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집값에 맞춰 재산세를 올리는 것은 부처간에 원칙만 합의했을 뿐 얼마나 올릴지 정하지 못했다.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는 것은 경기 전체가 가라앉을 우려 때문에 이번에 빠졌다. 이에 따라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에 관한한 뒷북 대응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면역성만 키워 웬만한 대책으로는 약효가 없고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꼴이 됐다.

이번에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라"고 지시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움직였다. 하지만 조세 저항 등 이런저런 고려 끝에 대책이 무뎌졌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당초엔 이번 발표보다 더 강화할 방침이었다. 시가 6억원 이상이면 주택 크기에 관계없이 6억원 초과분에 대해 무조건 양도세를 물리자는 실무안이 만들어졌으나 결국 과세 대상이 너무 넓어진다는 이유로 빠졌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3년 거주 또는 5년 보유'로 하려다가 '3년 보유, 1년 거주'로 후퇴했다. 1년 거주 요건을 넣었지만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집에 위장 전입해 요건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비싼 집에 재산세를 많이 물리는 것은 재경부가 핵심 대책으로 추진한 것이다. 시가에 맞춰 재산세를 올리면 비싼 집을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는데 부담을 느껴 수요가 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재산세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조세 저항이 크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오다 결국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사실 재산세를 올리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행자부는 시가 5억5천만원, 재산세 4만2천원인 강남 31평 아파트의 재산세를 4만2천8백원으로 겨우 8백원 올리는 안을 재경부에 제시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강남지역 구청들은 재정 여력이 좋은데 굳이 재산세를 올려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행자부가 재산세 인상 방안을 추후 발표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올릴지는 미지수다.

시중 돈줄을 조이는 대책은 아예 빠졌다. 한국은행이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일 의향이 있음을 계속 내비쳤으나 정부는 현 경제 여건에서는 긴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금리 인상,부동산 안정, 성장률 4~5%와▶금리 유지, 부동산 과열, 성장률 6%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은지 곰곰이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6% 성장률을 높이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국민들은 부동산 과열을 잡지 못한 정부로 기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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