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김미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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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골프는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크게 작용하는 운동이다. 한참 잘 나가다가도 경쟁자가 자신보다 멋진 샷을 날리면 맥없이 무너지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런 '심리적 압박감'을 두고 골퍼들은 일반적으로 "멘탈을 너무 탄다"고 한다.

'수퍼땅콩' 김미현(25·KTF·사진)이 우승컵을 목전에 두고 '멘탈'을 탔다.

김미현은 2일(한국시간)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레일골프장(파72·5천8백27m)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스테이트팜 클래식(총상금 1백10만달러)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백70타로 파트리샤 므니에-르부크(프랑스·합계 18언더파)에게 우승을 내줬다.

전날 공동 14위였던 박세리(25)는 무려 여덟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7언더파를 몰아쳐 김미현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김미현은 그러나 스테이트팜보험사가 LPGA 투어 10개 대회 성적을 합산하는 스테이트 팜 시리즈에서는 1위를 차지해 준우승 상금 8만6천6백66달러(약 1억4백만원)보다 많은 1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므니에-르부크와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김미현은 2번홀부터 연속 세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등 전반 9개 홀에서 네개의 버디를 잡고 단독선두로 올라서 3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김미현은 므니에-르부크가 13번홀(파4)에서 7.6m 거리의 어려운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공동선두로 따라붙자 샷이 흔들렸다.

김미현은 14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이 그린을 벗어나 3온 2퍼트로 첫 보기를 범하며 2위로 밀려났고,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므니에-르부크가 맞버디로 응수, 스코어를 좁히지 못했다.

김미현은 16번홀과 17번홀에서 연속 샷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벙커샷의 1인자'답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그러나 18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이 또 그린벙커에 빠져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연장전은커녕 단독 2위도 놓치고 말았다.

므니에-르부크는 보기 없이 다섯개의 버디로 챔피언조의 압박감을 떨치며 미국무대 첫 우승을 일궈냈다. 박지은(23)은 합계 10언더파 2백78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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