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진흥시키자>과학문화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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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과학문화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법률·관습·사상 등 모든 행동양식을 포괄하는 말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신적·문화적 토대이며,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인 셈이다. 과학기술을 근간으로 발전해 온 서구문화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언뜻 보기에는 과학과 문화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학은 수학적이거나 기계적으로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문화는 물처럼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아도 그 모습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비정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과 문화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다. 근대 서양의 문화·사회·정치·경제 발전에 과학기술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과학기술을 뺀 채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오랜 종교적 인식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깼으며, 전쟁의 양상조차 완전히 바꿔 버렸다.

포항공대 임경순(과학사)교수는 "과학문화는 인류 문명에 대한 과학기술의 '가이드 라인'과 자연과학을 활용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즉, 과학 만능주의나 과학주의적 편향을 극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류 최대의 과학적 업적인 인간지놈 지도를 완성하면서 그 연구비 중 3~5%를 생명윤리와 법적·제도적 문제, 사회·문화적 파급 영향을 연구하는 데 투자했다. 과학기술이 사회와 동떨어져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과학기술을 단지 사회발전의 도구 정도로 인식하는 사회에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과학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국가나 기업이 추진하는 과학기술 진흥사업은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문제 역시 풀어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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