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자기 지역 강 얘기만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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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3일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전국 16개 시·도지사들에게 “자기 지역의 강 문제에 대해 의견을 이야기하면 충분히 듣겠다”며 “하지만 단체로 모여 다른 지역의 4대 강 문제에까지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국책사업이 바뀌어선 안 되지 않느냐. 시도지사는 지역 일꾼이지 정치인은 아니지 않느냐. 국책사업은 계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6·2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에서 처음 열린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에서다. <관계기사 4, 5면>


이 대통령은 “이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정책적인 문제다. 각기 자기 지역 특성에 맞는 의견을 내면 청취하겠다”며 이렇게 강조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은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와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각기 낙동강과 금강 살리기에 대한 반대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야 4당 대표와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자치단체장들이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반대 움직임이 조직화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김두관 지사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받아야 하는 지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 참 많이 고민이 되고 힘이 든다”며 “대통령이 (4대 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시민단체·환경단체와 자리를 마련해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해 주면 지방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가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희정 지사는 “금강 사업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천천히 합의과정을 좀 더 밟을 수 있도록 시간을 좀 주시면 좋겠다”며 “국민 간의 갈등을 평화와 통합으로 풀어내기 위한 대통령님의 정치적 지도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중앙정부는 정책만 세우고, 실제 일은 시·도에서 하는 것”이라며 “어떤 시·도지사든 지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을 (중앙 정부는) 열심히 도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협조가 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권을 언급한 셈이다.

야당이나 무소속 단체장들을 향해선 “일을 하면서 정치적 견해만 갖고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색깔보다는 지역 발전과 지역주민의 일자리, 특히 약자, 못 가진자, 소상공인 등을 중심에 두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정치적으로 당이 다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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