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뒤에는 작전세력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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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주식시장처럼 부동산시장에도 작전세력이 있어 가격조작 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세청의 아파트 거래자 조사에서 확인됐다. 부동산중개업자가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수십채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들인 것을 비롯,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아파트 사냥에 나섰다는 것이다.

직업이 없는 한 50대 주부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7채를 사들였다. 이런 큰 손들의 '사재기'가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고 하면 과장일까. 수많은 투자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나 언론을 통해 명성을 얻은 뒤 돈을 받고 투자처를 알선하는 투자상담 전문가 등이 주도하는 작전세력의 배후에는 이들 큰손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단지에 큰손들이 달려들어 매물을 거둬간다면 별다른 호재가 없는 아파트라도 값이 오르게 마련이다.

최근 국세청의 강력한 자금출처 조사계획이 나오기 전만 해도 작전세력들은 지역을 옮겨 가면서 매물이 나오는 족족 사들이는 수법으로 집값을 올려왔다.

강남·송파 일대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너무 올랐다는 적신호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름세를 타는 것은 다 작전세력들이 근거 없는 상승설을 퍼뜨리면서 끊임없이 시장을 조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요즘 부동산시장에 나돌고 있는 '30평형대 강남 아파트 10억원설'도 이런 배경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작전세력들은 수많은 투자자를 몰고 다니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덜 오른 곳을 골라 이런 저런 조건을 호재로 포장해 투자를 권유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청이나 구청의 재건축 사업승인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작전 대상 단지를 고르기도 한다. 거래가 이뤄지면 알선료·컨설팅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까지 수수료를 받으니 계속 이런 작전을 일삼는 것이다.

이들은 단기간에 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큰 단지는 잔금 날짜를 여유있게 잡아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미등기 전매도 서슴지 않는다. 양도세를 안 내기 위해서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작전세력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넘쳐나는 수요를 제대로 해소할 수 없으므로 재산세를 매기는 잣대를 양도세 부과기준인 기준시가로 통일하고 집값이 높을수록 재산세를 많이 매기는 누진세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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